최근 여러 수집 카페에서 줄질이 된 상평통보가 자주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반갑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도 줄질이 된 상평통보가 있어서 몇 점 찾아보았다.
시작하기 앞서 몇 가지를 정리하고자 한다.
1. 줄질엽전은 고상평인가?
고상평, 또는 고도상평은 일본식의 용어로 그들의 관영통보를 주조 시기에 따라 고관영, 신관영으로 구분하였듯이 우리의 상평을 나눈 듯 하다. 고도상평은 상평의 상태가 최상인 세필, 줄질이 된 엽전을 일컷는 뜻 같으며 여기서 용어의 혼동이 온 것으로 보인다.
고상평의 "高"는 옛고, 고도 상평의 "古"는 높을 고 로 생각하면 된다. 줄질은 엽전의 마지막 주조 공정으로 줄질이 살아있다는 것은 그만큼 유통이 안됬다는 뜻으로 좋은 상태를 말한다. 전래전이 아닌 출토전에서 볼 수 있으며 일부 몸이 부식 되었어도 옛 녹과 먼지로 둘러싸인 출토전의 고태는 하나의 예술품으로 보일 정도로 아름답다. (다음 '고전의 이해와 연구' - 엽전과 수석 님)
줄질은 주조시 엽전에 붙어있는 불순물, 피부의 거친 요철을 제거하기 위한 마무리 작업으로, 줄질이 남아있는 엽전은 통용 ,또는 마모가 안되었음을 말하며 좋은상태의 엽전을 의미한다. 그걸 오래된 엽전을 뜻하는 古常平이라 지칭한다면, 어불성설 이다. 이렇게 잘못된 용어사용의 연유를 추측해보면, 단자전에서 줄질자국이 간혹 발견될 때, 일본수집가들이 그들의 관영통보를 주조시기에 따라 古寬永, 新寬永 으로 나누듯이, 우리의 단자전을 주조시기의 빠름을 그들식으로 古常平이라 지칭함을 와전이 되어, 줄질자국이 오래된 엽전으로 까지 잘못 표현된 것 같다.
앞으로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이런용어는 사용하지말고, 오히려 "줄질 엽전"이 더 멋진 용어가 아닐까 생각된다.
간혹 어떤분들은 줄질엽전을 초주전이라 생각하는 분이 계신데, 초주, 말주의 표현은 금형을 모전으로 한것과 통용전으로 한것의 차이를 말하며, 초주의 특징은 줄질이 아니고 모전에 가까워 활연, 대형전이고 주물감도 뛰어나 좀더 정교함을 보여준다. 반면 말주는 주사전이라 불리우며, 작고 서체의 정교함, 주물감이 떨어진다. 이렇게 엽전은 동일종이라도 주조시기에 따라 다른 특징을 보이며 수집가들은 이런특징을 살펴, 초주, 차주, 말주로 구분한다.
유독 단자전, 하부이자전, 천자문전까지 줄질엽전이 나오고, 중형전 이후시기 부터는 줄질엽전이 안나온다. 이유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주조방법과 관련이 있다 생각하며, 중형전의 크기가 작아짐에 따라 좀더 정교한 주조기술이 필요하고 관리도 엄격하였다 생각된다. 줄질엽전은 사실 마무리를 측면뿐만아니라, 전후면을 하였다는 의미이므로 어떻게 보면 불량주화라 생각할수 있으며, 줄질은 상대적으로 불량한 엽전을 보정 마무리한 흔적으로 한작업이 더들어간 것이다.
이렇듯 줄질이 살아있다는 의미는 그만큼 유통이 안되었다는 의미일뿐, 그래서 전체적 상태가 양호하다는 의미일뿐 다른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보통 거푸집을 통해 만들어진 엽전은 쇳물에서 발생하는 자연적 까스로 인해, 주부족, 표피의 요철 등 불량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로쓰를 줄이기 위해 주물이 잘돌도록 기술을 발전시켜, 중형전 이후부터는 줄질작업이 필요없을지 모르고, 아니면 줄질이 필요한 불량주화는 아예 줄질을 포기하고 다시녹여 용해될 수도 있을 것이다. (네이버 '수집본색' - 엽전 님)
* 다음 엽전과 수석 님과 네이버 엽전 님은 동일한 분이십니다.
간략하게 정의를 내리면, 줄질이 있는 엽전은 고상평이 아니다. 단지 분량한 엽전을 깨끗하게 보정하다가 생긴 흔적이다.
2. 살펴보자. 줄질엽전들.
(1) 江이전
'江' 주조 당이전이다.
배면을 보면, 첫 번째 엽전은 상하로, 두 번째 엽전은 좌우로 줄질이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줄질의 방향은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줄질엽전은 출토전이 대부분인데, 위 엽전에서도 녹소를 찾을 수 있다.
줄질이 조금 지워진 듯 하다.
이렇게 보니 줄질을 하다가 만 것 같기도 하고, 상처가 난 것 같기도 하다.
우측 상단이 부식이 된 것 같다.
줄질엽전이라고 해서 상태가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엽전 안쪽 사각형을 자세히 살펴보면, 첫 번째 사진은 좌측, 두 번째 사진은 우측으로 조금 돌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흔히 얘기하는 에러전 중 하나이다.
(2) 宣이전
당이전 치고는 묵직하다.
묵직한 느낌의 줄질엽전이다.
줄질엽전으로 보이는데 줄질이 많지 않다.
줄질엽전은 대부분 출토전으로 알고 있는데, 출토되어 전래된 것일까?
앞면은 상태가 양호한데 배면이 엉망이다.
주전소라도 알아볼 수 있어 다행이다.
당이전인지 천자문전인디 상태도 엉망이다.
그래도 이런 엽전에 정이가는 것 같다.
(3) 户이전
户이전 줄질엽전이 많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문자가 두툼한 게 보기 좋다.
녹이 여기저기 붙어 있는 상평통보이다.
붉다는 건 어느정도 산화가 되었다는 것 같다.
그래도 주전소와 당이전이라는 걸 알아 볼 수 있으니 그나마 만족한다.
줄질이 부분적으로 보인다.
앞면 상태가 엉망이다.
녹을 벗겨내고 싶지만, 방법도 모르고 실패하면 아쉬울 것 같아 그냥 놔두련다.
(4) 守이전
앞면의 문자가 굉장히 두꺼운 것 같다.
힘이 느껴진다. 그러나 뒷면 상태는 좋지 못하다.
(5) 開이전
줄질이 보이는 엽전인데, 재미있는 건 배면이다.
착범이 보인다.
상태는 아쉽지만, 붉은 빛의 색감이 너무 좋다.
(6) 營이전
엽전에도 다양한 색이 존재하는 것 같다.
이런 게 美지.
(7) 平이전
전체적으로 깔끔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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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질엽전은 당이전과 천자문전에서 자주 보인다는데 내가 소장하고 있는 천자문전에는 안보이는 것 같다.
독하게 마음먹고 정밀하게 찾아볼까란 생각이 들면서도 일일이 살펴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정리가 중요한 것 같다.
나 역시 줄질엽전을 고상평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여러 수집가분들이 글을 작성하시고, 여기저기서 정보를 모으다보니 정확한 개념이 생긴 것 같다.
가치유무를 떠나 줄질은 엽전을 공부하는데 있어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어쩌면 이러한 이야기들이 고전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재미가 되지 않을까란 기대도 해본다.
고전을 사랑하시고 연구하시는 많은 선배분들께 경의를 표하고 싶다.
나 역시 지치더라도 조금씩 공부할 수 있는 수집가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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