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의 지폐 ‘호조태환권’
한국 최초의 지폐는 1893년(고종 30년)에 발행된 ‘호조태환권’입니다. 발행보다는 미발행이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한국 최초의 지폐에 대한 의견은 분분합니다. 일부 학자들은 역사적 기록에 근거하여, 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 닥나무 껍질로 만든 ‘저화’를 한국 최초의 지폐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자들과 수집가들은 저화가 우리나라 최초의 화폐 고조선의 ‘자모전’처럼, 실물화폐가 발견되지 않았기에 ‘호조태환권’을 한국 최초의 지폐라 부릅니다. 만약 저화가 발견된다면, 호조태환권은 저화에게 ‘우리나리 최초의 지폐’ 자리를 양보하고 ‘최초의 근대 지폐’라는 명칭을 가지게 될 것 같습니다.
<호조태환권>
호조태환권은 태환서라는 국가기관에서 만들어졌습니다. 태환서는 구화폐를 신화폐로 교환하기 위해 설치되었습니다. 그러므로 태환서에서 발행한 호조태환권은 구화폐를 회수하여 교환해주던 화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호조태환권 한글 문구>
호조태환권의 앞면에는 ‘이 환표는 통용하는 돈으로 교환하는 것이다’라는 글귀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도 호조태환권의 발행목적이 구화폐의 교환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호조태환권은 인쇄 원판만 제조되었을 뿐, 실제로 화폐는 발행하지 못했습니다. 그 내막은 다음과 같습니다.
1892년 경성전환국에서 새로운 화폐제도를 실시하려는 고종은 이 사업이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하자 결국 경성전환국을 폐지하고, 그 해 11월 인천전환국을 설치합니다. 전환국 설립 자금은 일본 오사카제동회사 사장 마스다 노부유키가 25만엔 대여를 제안함으로 해결되었습니다. 마스다는 대여 조건으로 전환국의 운영권을 일본에 위임할 것과 오오미자와를 전환국의 관리로 임명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조선 조정은 이를 수락했고, 인천전환국 설치와 동시에 태환서가 서울에 신설되게 됩니다. 태환서의 방판(부책임자)에는 오오미자와가 취임하게 됩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마스다와 오오미자와가 이권과 주도권을 놓고 대립하게 됩니다. 이에 고종은 태환권이 발행되었을 경우의 사태를 우려해 건축비와 이자 등 14만 9천엔을 마스다에게 지불하고, 1893년 운영권을 일본인에게서 되찾게 됩니다. 결국 일본인들의 싸움과 방해로 고종의 화폐개혁은 실패하게 됩니다. 호조태환권은 50냥, 20냥, 10냥, 5냥 등 모두 4종의 화폐가 있습니다. 호조태환권을 소장하고 있는 한 수집가는 국내외 10장정도 남아있을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그는 4종 중, 20냥은 아직 경매에서 보지 못했다며 호조태환권의 희귀성을 강조했습니다.
<미해군부사관이 약탈한 호조태환권 인쇄 원판>
<호조태환권 인쇄 원판 관련 기사들> 2013년 9월 초, 호조태환권의 인쇄 원판이 국내로 환수된 일이 있었습니다. 6.25 전쟁 때, 해외에 무단으로 유출된 원판은 미국에서 불법 거래하다가 발견되었습니다. 미국 측과 우리나라 정부의 노력으로 호조태환권의 인쇄 원판은 60년 만에 국내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호조태환권의 인쇄 원판의 경우, 국립고궁박물관에서 50냥, 10냥, 5냥의 동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화동양행 경매 홍보 사진에 등장한 호조태환권> 호조태환권은 가끔 우리나라 경매에 등장합니다. 2014년 2월, 화동양행이 주최한 경매에서 호조태환권은 6,400만원에 낙찰되었습니다. 하지만 호조태환권은 1억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게 수집가들의 의견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지폐이고, 미발행이고, 현재 존재하는 호조태환권의 수량이 적기 때문에 앞으로의 가치는 계속 오를 것으로 생각됩니다.
<고종의 모습> 대한민국 최초의 지폐 ‘호조태환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낯선 이름의 화폐입니다. 하지만 호조태환권에는 근대적인 화폐를 발행하려는 고종의 노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화폐박물관에 가야 직접 볼 수 있는 호조태환권이지만,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공감 버튼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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